안녕하세요. 바이오길라잡이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세포배양업무, 즉 배양업무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자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세포배양을 주 업으로 했던 사람으로 누구보다 더 이 세포배양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그만큼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세포배양은 현재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는 가장 윗단의 공정 즉, Upstream이라고 불리는 단계의 주요 업무입니다. 오늘은 이 업무의 장, 단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세포를 키운다는 것
세포를 키운다는 의미의 배양은 정말 쉽게 비유하자면 반려견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때 되면 밥 주고, 목마르지 않게 물도 주고, 때로는 간식도 주면서 놀아주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엄청나게 예민한 반려견을 키운다고 생각하면 그게 더 적절할 것 같네요. 갑자기 잘자던 세포가 다음날 안 자라고 성장이 멈춰있거나, 어제까지 멀쩡하던 세포가 다음날 아침에 미생물에 오염되어 다 죽는 경우와 비일비재합니다. 이 모든 문제는 사실 되게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는데 이러한 사소한 문제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에서는 배양부터 모든 것이 엎어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매우 단순하지만 매우 집중적으로 세포가 아무 문제 없이 우리가 원하는 기간 동안 자라서 많이 물질을 만들어내주도록 도와주는 임무를 띈 것이 바로 세포배양업무에 주요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세포성장 데이터 분석
사람도 아이를 키울 때, 어떤 경우에 아이가 아프고, 어떤 시기에 아이들이 예민해지는지 또 어떤 행동양식을 하였을 때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를 판별할 수 있는 나름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시라면 우리 아이가 어떤 시점에, 어떤 행동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세포배양에서도 단순히 세포를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을 통해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어떤 시점에 세포가 급격히 자라고 어떤 시기에 세포가 죽기 시작하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포가 자라면서 분비하는 여러 대사산물들의 변화가 어떻게 되는지도 파악을 하면서 이러한 대사산물이 세포로부터 나오는 양과 그리고 세포가 섭취하는 비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통해서 추가로 무엇인가를 더 넣어주어야 하는지 등을 판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세포 배양은 한번 바이오리엑터와 같은 자동화 기기에 넣어주면, 사실 사람이 하는 일은 중간중간 샘플링하여 세포수가 얼마나 되고, 세포 생존율은 얼마인지 등 몇몇 항목만 매일 체크해 주는 게 매일의 업무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물리적인 업무보다 이런 샘플링을 통해서 나오는 수치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세포의 상태를 내가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를 분석하여 포착하는 것이 진정으로 배양의 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주말도 세포는 쉬지 않는다
세포는 주말이라고 쉬지 않습니다. 사람은 주말에 쉬고 싶지만, 배양업무를 하시는 직장인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시겠지만 주말에도 역시 세포는 돌봐줘야 합니다. 팀 인원이 많아 로테이션을 돌리게 된다 하더라도 한 달에 2번 정도는 주말에 나와서 세포가 잘 자라는지 샘플링도 하고 점검을 해줘야 합니다. 저는 첫 직장에서 바이오리엑터를 처음 배울 때, 거짓말 안 하고 1년에 한 5일 정도만 쉬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직원이 많지 않아 거의 주말 2일을 다 나와서 세포가 잘 자라는지 점검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배양하시는 분들이 가장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주말에 약속을 잡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세포를 안 보러 가자니 혹시 주말에 잘못되면 프로젝트가 엎어지게 되고 여러 가지로 걱정말 하는 매일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아까도 제가 글에 적었지만 말 그대로 Upstream 가장 상단에 위치하는 공정이기 때문에 여기서 잘못되면 그다음 공정은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여나 세포배양 업무를 생각하시고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부분은 감내하고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4. 생각보다 물리, 화학적인 요소를 알아야 한다
세포 배양은 세포를 키우는 단순한 단어이지만 그 안에는 사실 많은 것을 내포합니다. 특히 바이오리에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바이오리엑터의 원리에 대해서도 잘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바이오리엑터는 교반기라는 것을 통해서 세포가 가라앉지 않고 지속적으로 떠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부터 pH, 용존산소량등을 체크하여 조절하는 가스와 chemical들이 기본적으로 주입되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무엇인가 첨가가 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mixing입니다. 가스가 주입되더라도, 무엇인가 첨가가 되더라도 이게 빠른 시간 안에 고르게 섞이지 않는다면 그 안에 있는 많은 세포로 전달되는 속도가 느려지고 계속 느려지다 보면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결과에 변수로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반속도를 고려할 때 용량대비 파워를 얼마나 공급해 주는지를 계산하여 속도로(RPM)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생물학적인 요소가 아닌 물리, 화학적인 요소가 반영된 계산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부분은 바이오리엑터로 공급하는 가스가 얼마나 세포한테 잘 전달되는지에 대한 계산도 하는데, 이 계산식 역시 물리적인 요소가 가미가 되어 있는 공식을 통해 계산하게 됩니다. 배양을 주 업무로 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위에 설명한 것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통해 숙지를 하고 있어야, 용량을 키우는 scale-up에 대한 연구를 할 때 수월하게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5.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
결국 작업자의 마음가짐과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 이런 소리를 하는 선배가 있으면 속으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다 옳은 말이 것 같아요. 작업자가 대충 하면 세포도 정말 대충자라고, 작업자가 지극정성으로 매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분석하고 하면 세포도 이상하게 따라서 잘 자라고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을 저는 실제로 많이 봤습니다. 물론 이게 뭐 진짜 세포가 정성을 느껴서 잘 자란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세포배양은 작업 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직종입니다. 매 시간마다 문제는 없는지 눈으로라도 보고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재빨리 샘플링하여 세포에 문제는 없는지, 저번 데이터와 동일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등 주의 깊게 보면 그만큼 사고 횟수도 줄어들고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다른 프로세스의 작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업인 만큼 정성을 많이 기울일수록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뭐 전문적인 내용으로 처음부터 글을 적으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정말 일반적인 관점에서 세포배양 업무가 어떤 것인지 약간 라이트 하게 서술해 보았는데요, 사실 위에 적은 내용들은 실제로 아마 지금 배양하시는 분들은 많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포 배양에 관심이 있어 이쪽으로 취업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정말 가볍게 읽어보시고, 가볍다고 해서 위의 내용이 과장되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 참고하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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